제주도의 행정체제 개편이 논의되면서 근거 부족으로 정부의 반대논리에 의해 개편이 좌초될 수 있는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소속 한권 의원이 15일 열린 제416회 임시회에서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 연구용역’ 추진에 따른 현안업무보고에서 행정체제 성과분석 부실이 예상되어 과업중단 후 재분석을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위원은 “행정체제 성과평가 결과는 단순 현황의 나열에 불과할 뿐 지금 행정체제의 문제인 행정의 민주성 약화, 지역간 불균형 심화 등이 행정시 체계로 인한 것이라는 인과관계분석이 전무하다”며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중앙정부 설득은 물론 과업지시서 사항을 미이행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은 지난 4월 26일 행정체제개편위원회 대상 ‘제1차 중간보고회’를 개최했으며 현재는 ‘제1차 도민경청회’와 숙의 토론을 위한 도민참여단 구성이 완료됐다.
제1차 중간보고서는 특별자치도 성과평가와 행정체제 성과평가와 함께 도민과 공무원 인식조사가 실시됐는데 한권 의원은 ”행정체제 성과평가의 경우 현재 제주도민의 느끼는 행정 민주성과 주민참여 약화, 지역간 불균형 발생, 행정서비스의 질 저하 등 문제점이 지적된다“면서 ”실제적으로 현재의 행정체제, 즉 자치권이 없는 행정시 체제로 인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인과관계 분석은 전무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한 의원은 행정체계 개편 관련 인과관계 분석은 지난해 해당 연구용역의 사업비 15억원이 편성된 추경심사 때부터 필요성과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올해 3월 주요업무보고 회의에서도 연구용역의 착수보고 내용에의 인과관계 분석 포함 여부가 됐고 이에 대한 조상범 행정국장과 금창호 책임연구원의 확답을 받았으나, 결국 인과관계 분석이 실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인과관계 분석을 강조한 이유는 궁극적으로 현재 제주도민이 갖는 불편과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궁극적인 방법은 ‘행정체제의 개편’ 이라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분석 결과를 토대로 중앙정부를 설득할 논리를 만들어야 함에도 연구적 한계가 있다는 연구용역진의 의견에 과업발주처인 제주도정이 동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행정체제 성과평가 결과를 보면, 평가지표로 설정된 행정효율성 관련 공무원 1인당 주민수, 총예산 대비 일반행정비 비율은 물론 수요대응성(청원처리 대응률 등), 지역균형성(서귀포시 인력·재정배분 비율) 등 모든 정량평가지표가 향상된 것으로 분석이 나타나 이를 근거로 중앙정부를 대상으로 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을 납득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 의원은 이는 과업지시서의 내용을 연구용역진이 제대로 실행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과업발주처인 제주도정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절차의 진행에만 급급한 실정으로, 과업을 중단하고 인과관계 분석을 포함하여, 성과평가 분석이 재실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창호 책임연구원은 “정량평가뿐만 아니라 정성평가, 인식조사를 포괄하여 행정체제 성과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객관성은 도민들의 의견을 모아가는 과정에서 확보해 나갈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조상범 행정국장도 “정량평가는 상대적인 시각의 문제이며, 사회과학에서 정량평가를 객관적으로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사회과학이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계량적인 분석이 어려운 것을 알고 있기에 전문성 있는 외부 연구진에 맡겨서 1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라며 “과업 중단과 재분석 요구는 도정 발목 잡기가 아니라, 연구용역이 이렇게 마무리될 경우 나중에 근거 부족으로 정부의 반대논리에 의해 행정체제 개편이 좌초될 수 있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차원”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