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3일 오전 10시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과 추념광장에서 봉행됐다.
추념식은 ‘제주4·3, 견뎌냈으니 / 75년, 딛고 섰노라’를 슬로건으로 선정하여 화해와 상생을 통해 과거의 아픔을 딛고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실현해가는 4·3정신을 담았다.
4·3특별법 전부 및 일부개정으로 4·3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과 실질적 피해보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희생자와 사실상 자녀 간 가족관계 회복 절차도 올해 7월부터 추진될 예정이며, 지난 2월 문화재청에 4·3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서도 제출해 4·3 정신의 세계화를 위한 작업도 본격적으로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는 4·3희생자 추념식 봉행 최초로 문화제가 열려 국가 차원의 식후행사를 시행한다는 의미를 담고 전 국민에게 제주4·3의 가치를 공유했다.
이날 추념식에는 4·3 생존희생자 및 유족, 제주도민, 정부 및 정당 관계자 등 총 1만 여명이 참석했으며, 주요 내빈의 50% 이상이 고령 유족과 생존희생자 중심으로 구성됐다.
정부 대표로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창섭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등이 참석하고, 국방부는 군악대와 의장대를 투입해 애국가 제창, 헌화·분향 등 행사를 지원했다.
추념식에서는 식전행사, 본 행사, 식후행사인 문화제로 구성하여 4·3의 명예회복과 실질적 피해회복, 가족관계 회복,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원 등의 의미를 담은 4·3 경과보고, 애국가 영상, 유족사연 등으로 4·3의 해결을 위한 노력과 성과를 공유했다.
오전 행사 중 오전 10시 정각에는 1분간 제주도 전역에 묵념 사이렌이 울려 4·3영령에 대한 추념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본 행사에서는 김창범 4·3희생자유족회장과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인사말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했다.
김창범 회장은 “4·3에 대한 이념적 공세에 종지부를 찍고 진정한 국민 대화합의 시대로 가는 데 동참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며 “유족들은 화해와 상생의 바탕 위에 서로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며 평화와 인권을 이뤄낼 수 있는 어머니 같은 따뜻한 국가를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오영훈 지사는 “낡은 이념의 틀을 뛰어넘고, 대한민국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한다”며 “4·3을 폄훼하거나 왜곡하려는 시도에 흔들리지 않고 4·3의 정신을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과거사 해결의 모범 사례, 4·3의 세계화가 그 시작”이라고 덧붙이며 “화해와 상생의 4·3정신이 전 세계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제주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무고한 4·3희생자들의 넋을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다는 저의 약속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며 “여러분께서 소중히 지켜온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승화시켜 새로운 제주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식후행사인 문화제에서는 가수 송가인, 이적과 도립무용단 공연으로 추모의 뜻과4·3기록물 세계기록유산 등재 염원을 전했다.
이어 도외 거주 유족 이야기를 전하고 흥산초 아이들이 작곡한 ‘동백이 되어 만나리’ 공연에 이어 도립 합창단 및 4·3평화합창단이 ‘잠들지 않는 남도’를 참석자들과 함께 노래하며 추념식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