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동물의 희망, ‘제주 한림쉼터’ 공식 개소
2월 28일 개소식 개최... 동물자유연대·제주도청 관계자 등 민·관 한자리에
불법 시설 낙인 지우고 ‘합법 보호시설’로 전환, 전국적 모범 사례로 평가
100여 마리가 넘는 유기동물을 보호하고 있는 ‘제주 한림쉼터’가 제주도 제1호 공식 민간동물보호시설로 등록을 마치고 지난 2월 28일, 제주시 한림읍 한림중앙상가 3층 한수풀마루 세미나실에서 뜻깊은 개소식을 가졌다.
이날 개소식은 제주 한림쉼터 운영진인 제제프렌즈와 봉사자들을 비롯해, 쉼터의 양성화를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보내온 사단법인 동물자유연대(조희경 대표)와 제주도 동물복지팀 관계자 등이 참석해 제주 제1호 민간보호시설의 탄생을 축하했다.

■ 민간동물보호시설이란? 왜 신고가 필요한가?
사설 유기동물 보호소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유기동물 보호센터와 달리, 개인이나 단체가 유기동물을 구조해 보호하는 시설이다. 그간 많은 사설 보호소가 안락사 없는 보호를 지향하며 헌신해왔으나, 법적 지위가 없어 ‘애니멀 호딩’이나 ‘불법 건축물’ 논란에 시달려왔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23년 4월, 동물보호법을 개정하여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은 반드시 지자체에 신고하도록 했다. 신고제는 보호 시설의 투명성을 높이고, 동물들에게 최소한의 사육 환경(공간, 위생, 검역 등)을 보장함으로써 학대 위험을 방지하는 동시에 국가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 개소는 2016년 제주 한림쉼터를 설립해 평생을 바쳤으나 2022년 7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고 이묘숙 소장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아, 운영권을 인수한 사단법인 제제프렌즈가 쉼터의 존폐 위기를 딛고 일궈낸 눈물겨운 성과다.
■ 제제프렌즈의 고군분투, ‘유지(遺志)’에서 ‘제도권 안착’까지
2022년 이 소장의 별세 이후 140여 마리 동물의 보금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제제프렌즈는 쉼터를 전격 인수하며 구조된 생명들을 끝까지 책임지기로 결단했다.
제제프렌즈는 인수 직후부터 ‘합법적이고 지속 가능한 보호소’를 목표로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를 준비해왔다. 부지 문제 해결부터 시설 현대화까지, 행정적·물리적 장벽이 앞을 가로막을 때마다 제제프렌즈 운영진과 봉사자들은 밤낮없이 발로 뛰며 고군분투했다.
특히 동물자유연대는 이러한 제제프렌즈의 진정성에 공감하여 시설 개보수 자금 지원, 행정 컨설팅, 사료 및 의료 지원 등 전폭적인 물적·인적 조력을 아끼지 않았다.
시설 현대화로 사료 보관실, 격리실, 세척실 등 법적 필수 시설을 확충하고 CCTV 설치 및 방역 시스템을 구축했다.
환경 개선 지원사업 참여는 농림축산식품부와 제주시의 ‘민간동물보호시설 환경개선 지원사업’에 적극 참여하여 신축 건립을 진행했다.
행정 절차 이행은 불법 건축물 요소를 해소하고 용도 변경 등 복잡한 인허가 절차를 마쳐 ‘합법 시설’로서의 요건을 갖췄다.

■ 제주 제1호 시설이 갖는 의미
제주 한림쉼터의 공식 등록은 제주도 내 유기동물 보호 체계가 한 단계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첫째, 안정적인 보호 환경 확보다. 법적 지위를 얻음으로써 사료비, 의료비 등 지자체의 합법적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둘째, 시민 사회의 신뢰 회복이다. 투명한 운영 기준을 준수함으로써 후원자와 봉사자들이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셋째, 민관 협력의 모델 제시다. 개인의 희생에만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행정과 민간이 공조하여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하는 선례를 남겼다.
■ 전국 20개소 미만... 왜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는 어려운가?
현재 전국적으로 수백 개의 민간 쉼터가 운영 중이지만, 정식 신고를 마친 곳은 한림쉼터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20곳(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 등록 기준)이 채 되지 않는다. 이는 법적 제도로 들어오기 위한 문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물적 부담은 소방 시설, 오수 처리, 사료 보관실 등 엄격한 시설 기준을 맞추기 위해 억 단위의 예산이 소요된다.
인적·심리적 부담은 50마리당 1명 이상의 관리 인력 확보 의무와 까다로운 행정 절차, 그리고 자칫 기준 미달 시 시설이 폐쇄될 수 있다는 압박감은 영세한 보호소들에게 큰 짐이 된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정부는 당초 2026년까지였던 신고 유예 기간을 2029년까지 연장하며 민간 시설의 양성화를 독려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림쉼터의 등록은 제주를 넘어 전국 민간 보호소들에게 "정면돌파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준 사례로 평가받는다.
■ 축사 및 향후 계획: "생명 존중의 가치가 행정을 움직이다"
개소식에 참석한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제제프렌즈의 헌신과 제주도청의 전향적인 행정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며 격려를 보냈고, 제주도청 관계자는 “한림쉼터가 제주 제1호 시설로서 민간 보호소의 표준 모델이 될 수 있도록 향후 예산 지원 및 운영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제제프렌즈 관계자는 “이묘숙 소장님이 남기신 아이들을 위해 시작한 일이 이제는 제주 동물 복지의 새로운 시작점이 되어 기쁘다”며 “합법적 지위를 얻은 만큼 더욱 투명하고 체계적인 보호와 입양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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