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17일 오전, 도청 탐라홀에서 더불어민주당과 ‘2026년도 예산정책협의회’를 열고 내년도 국비 확보와 제도개선 과제 그리고 제주가 선도적으로 추진하는 분권과 탄소중립 비전을 공유하며 당 차원의 협력을 요청했다.
협의회는 정청래 당 대표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한병도 예결위원장, 박승원 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을 비롯한 중앙당 지도부, 김한규 제주도당 위원장과 위성곤·문대림 국회의원,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회 지도부가 함께 참석했다.

제주도는 이번 협의회에서 총 805억 7천만 원 규모의 국비사업 19건과 제도개선 과제 12건을 건의했다. 건의 내용은 도민 삶의 질 향상과 제주의 미래 성장기반 마련이라는 큰 틀에서 구성됐다.
농수산 분야에서는 38억 원 규모의 농산물 스마트가공센터 건립으로 원물 판매에서 가공·제품화로 전환해 농가 소득과 부가가치를 높이고, 35억 원 규모의 수산물 활어차 운송비 지원으로 제주 수산물의 신선도를 유지하며 어민들의 물류 부담을 경감하고자 했다.
관광·문화 분야에서는 212억 원 규모의 전국체전·장애인체전 준비를 통한 경기장 인프라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 제주 아레나 공연장 건립을 통한 문화·공연 거점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에너지·디지털 분야에서는 300억 원 규모의 생활 속 P2H(전력→열 전환, Power to Heat) 보급으로 화석연료 난방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40억 원 규모의 디지털 관광 인프라 확충과 그린수소 트램 도입으로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의 시범모델을 제시했다.
제도개선 과제로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와 포괄적 권한이양 특별법 개정을 통한 도민 자기결정권 보장, 자치경찰제 시범지역 선정을 통한 지역 맞춤형 치안 자치 실현, 레드향 재해보험 제도 개선을 통한 농가 피해 보상 사각지대 해소 등 도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변화에 중점을 뒀다.

오영훈 도지사는 모두발언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2조 3천10억 원의 국비를 확보한 것은 중앙당과 국회가 제주와 함께해 준 결과이자, 제주가 국가적 과제의 선도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확보된 예산은 탄소중립·안전·역사·문화·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정책을 선도하는 미래지향적 사업들이 반영돼, 제주가 추구해 온 정책 방향이 국정 기조와 맞닿아 더 큰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 지사는 이어 “도민 자기결정권을 제약해 온 행정시 체제를 넘어서,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와 포괄적 권한이양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이자 국가균형발전 전략과도 직결된 과제인 만큼, 당 차원의 강력한 지원을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주는 정부보다 15년 앞선 2035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P2H 보급과 같은 혁신을 통해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선도하겠다”며 “제주의 도전은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달성하는 새로운 국가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청래 당 대표는 4․3의 아픔을 담은 ‘잠들지 않는 남도’의 두 소절을 부른 뒤 “서럽고 원통한 통곡의 땅 제주가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기까지 온갖 고통을 감내한 제주도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4․3 국가폭력 사과 이후 많은 개선이 있었지만 아직도 제주의 아픔을 치유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민주당은 ‘특별한 희생에는 특별한 보상’이라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맞게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2006년 참여정부에서 출범한 제주특별자치도가 내년이면 성년을 맞는다”며 “출범 20주년이 되는 내년은 제주가 특별자치도의 위상에 걸맞은 역량을 갖추는 중요한 해로, 올해 철저히 준비해 내년 성과로 이어지도록 당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황명선 최고위원과 박승원 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은 제주 기초자치단체 설치 사업이 국정과제에 포함된 것을 환영하며 “이재명 정부 내에 반드시 주민투표가 이뤄지고 신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당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한병도 예결위원장은 “제주의 특색 있는 신규사업이 다수인 만큼, 예결위 차원에서 세밀히 챙기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진 회의에서는 제주도의 재생에너지 활용과 계통안정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
특히 오영훈 지사는 지난 4월 제주가 전력 수요를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남은 전력을 육지로 역송한 사례를 소개하며, 남는 전기를 활용하기 위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확충, P2H 보급, 데이터센터 유치 등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제주 그린수소 로드맵을 제시하고 교통·산업 분야와의 연계를 설명했다.

이와 함께 오 지사는 10월부터 건강주치의제를 시범 시행하고 내년 1월부터 본격 확대할 계획이라며 국비와 제도적 지원을 요청했고, 의료계와의 협력 기반도 마련했다고 전했다.
정청래 당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제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예산 투입 효과가 즉각적, 가시적으로 나타나는 특별한 지역”이라며 “대한민국을 찾는 세계인들의 눈이 항상 제주에 머무는 만큼 도정이 더욱 자부심을 갖고 미래를 이끌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협의회에서 양측은 정책위·예결위(위원장·간사)·제주도(기조실) 간 상시 협의채널을 가동하고, 연내 추가·불용재원 활용 등 실무협의를 지속하기로 했다.